<2010.3.10수 광주 무갑산>
지난주 부터 기다렸던 야생화 기행.
혹시 눈이라도 내릴까.
기대 했었다.
눈이 오면 백색의 숲에 들어
거짓이라도 나를 포장하고 싶었다.
그저 걷고 싶었고,
모든 걸 잊고 싶었다.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도 안다.
알고 있다고 다 비워지는 것도 아니고,
알고 있다고 세상이 다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이 눈속에 잠시라도 갇히고 싶다.
아주 잠시라도....
그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눈 속에 과연 꽃이 있을까.
30Cm의 눈 속에서 버티고 있을까.
수 없이 의문부호를 던졌다.
그러나 꽃은 있었다.
눈 무게를 거뜬히 견디고 있었다.
나는 저 여린 꽃에게 무릎꿇고 배우리라.
나를 일으키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ㅡ 문학, 사람, 자연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다시 일어서리라ㅡ
백색의 숲
ㅡ너도바람꽃
길 떠나는 날, 눈이 내렸다
길은 숲으로 향해 있고
난 그 길을 걸어 들어 갔다
오래 걸어 숲에 다달았을 때
눈물이 났다.
설령 그대가 거기 기다린다 해도
눈물은 예정된 것이었다
어제 실직을 하고
오늘 길을 떠난다는 일
정신나간 일 아닌가.
설령 그대가 거기 기다린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바짝 긴장한 나무들을 호명하며
숲은 백색 계엄령을 선포하고 있는 중이다
너무 슬픈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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