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마을을 지나고 낮은 구릉을 지나고
다시 작은 산을 넘고 아파트를 지나
삼각산을 오른다.
날은 흐렸지만 역시 사람은 많았다.
오늘 걸어간 거리는 약 13km ㅡㅎ
오르기도 전에 지쳐 버렸다.
멀리 산이 보인다
산과 산 사이 사람들이 보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 내가 보인다.
유유자적 산에 오르는 순간 만큼은 누구도 내 사유를 침탈하지 못한다.
보행의 명상에 잠긴다.
척박한 땅, 그것도 바위 틈에서 자란 소나무에게 고독과 인내를 배운다.
아무리 날 이해하는 사람과 함께라 해도
인간은 어차피 혼자라는 것이라고....
시인이 일깨워 주지 않아도
늘 고독하고 쓸쓸하다는 것을 안다.
바위는 또 어떤가.
누군가의 손을 빌려 적재적소에 배치한 듯한 균형과
신의 손으로 빚어놓은 듯한 묘한 자연의 신비감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ㅎ
금방이라도 굴러 버릴 것 같은 바위 아래의 무서움 또한 스릴만점이다.
정상에 선 사람들은 행복하다.
늘 위험은 도사리고 있지만, 그들의 행복 앞에 뭐라고 할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그 열정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드디어 헬기가 떴다.
누군가가 추락한 모양이다.
멀리서 보이던 헬기가 점점 가까히 오더니
내 머리 위에서 날았다.
손을 흔들자 같이 흔들어 준다.
그냥 순찰 나온 듯 몇 번을 머리위로 날아 갔다.
그렇다면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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