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정밭에 내린 비

삼각산.....2011.3.6

질경이" 2011. 3. 20. 12:10

 

구파발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마을을 지나고 낮은 구릉을 지나고

다시 작은 산을 넘고 아파트를 지나

삼각산을 오른다.

날은 흐렸지만 역시 사람은 많았다.

 

오늘 걸어간  거리는 약 13km ㅡㅎ

오르기도 전에 지쳐 버렸다.

 

 

 

 

 

 

멀리 산이 보인다

산과 산 사이 사람들이 보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 내가 보인다.

유유자적 산에 오르는 순간 만큼은 누구도 내 사유를 침탈하지 못한다.

보행의 명상에 잠긴다.

 

 

 

 

 

 

 

 

 

척박한  땅, 그것도 바위 틈에서 자란 소나무에게 고독과 인내를 배운다.

아무리 날 이해하는 사람과 함께라 해도

인간은 어차피 혼자라는 것이라고....

시인이 일깨워 주지 않아도

늘 고독하고 쓸쓸하다는 것을 안다.

 

 

 

 

 

 

 

 

 

 

 

 

바위는 또 어떤가.

누군가의 손을 빌려 적재적소에 배치한 듯한 균형과

신의 손으로 빚어놓은 듯한 묘한 자연의 신비감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ㅎ

금방이라도 굴러 버릴 것 같은 바위 아래의 무서움 또한 스릴만점이다.

 

 

 

 

 

 

 

 

 

 

 

 

 

정상에 선 사람들은 행복하다.

늘 위험은 도사리고 있지만, 그들의 행복 앞에 뭐라고 할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그 열정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드디어 헬기가 떴다.

누군가가 추락한 모양이다.

멀리서 보이던 헬기가 점점 가까히 오더니

내 머리 위에서 날았다.

손을 흔들자 같이 흔들어 준다.

그냥 순찰 나온 듯 몇 번을 머리위로 날아 갔다.

그렇다면 천만다행이다.

 

 

 

 

 

 

 

 

 

 

 

 

 

 

'묵정밭에 내린 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악산 성곽길....  (0) 2011.05.02
남산에서  (0) 2011.04.17
남산에서..........2011.2.19  (0) 2011.02.20
아차산에서.....2011. 2. 5  (0) 2011.02.08
2011. 1.23 영종도 백운산  (0) 201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