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아 가야 한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두고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마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을의 고향 이로다
1970. 8. 9 전태일
동대문 창신동 언덕배기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읽어버린 전태일문학상수상집
그 감동을 떨치지 못하고 청계천 전태일 거리로 향했다. 한 낮에는 봄빛이 따스하더니 밤이 되면서 춥다.
옷깃을 여미고 차도를 건너 사람들 사이를 지나 무심하게 발걸음만 옮기는데 발 밑에서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다. 빽곡히 새겨진 동판들을 읽어 본다.
우리나라 글씨가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다. 글씨체도 그렇지만 거기에 새겨진 문구는 어찌그리
혁명적이고 시적인가 참으로 다양함에 놀랍다.
가수, 배우, 정치인, 시인, 소설가, 시민, 다양한 사람들의 이름들이 보도블럭에서 튀어 나올
것만같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있어서 다 읽으며 걸었는데 동상쪽으로 가까워질 수록 간격이
더욱 치열하고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것 같은 훌륭하신 분들의 이름이 "나좀 봐주세요"
하면서 보란듯이 반짝 거렸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이다.
정말 그들이 언제 전태일을 사랑이나 했었나.
정말 전태일이란 인물을 이토록 존경했었나.
의구심이 들었다.
참 인상적인 거리였다.
한 청년이 자신의 동료들의 부당함을 대신하여 온 몸 불살라 혁명을 일으키고
그 혁명이 초석이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 노동자의 아버지가 된 전태일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자꾸 명판들을 보면서 의구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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