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전태일..그를 만나다.

질경이" 2007. 3. 18. 01:11

 

 

나는 돌아 가야 한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두고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마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을의 고향 이로다

 

 

               1970. 8. 9  전태일

 

 

 

 

 

동대문 창신동 언덕배기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읽어버린 전태일문학상수상집

그 감동을 떨치지 못하고 청계천 전태일 거리로 향했다. 한 낮에는 봄빛이 따스하더니 밤이 되면서 춥다.

옷깃을 여미고 차도를 건너 사람들 사이를 지나 무심하게 발걸음만 옮기는데 발 밑에서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다. 빽곡히 새겨진 동판들을 읽어 본다.

우리나라 글씨가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다. 글씨체도 그렇지만 거기에 새겨진 문구는 어찌그리

혁명적이고 시적인가 참으로 다양함에 놀랍다.

 

가수, 배우, 정치인, 시인, 소설가, 시민, 다양한 사람들의 이름들이 보도블럭에서 튀어 나올

것만같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있어서 다 읽으며 걸었는데 동상쪽으로 가까워질 수록 간격이

더욱 치열하고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것 같은 훌륭하신 분들의 이름이 "나좀 봐주세요"

하면서 보란듯이 반짝 거렸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이다.

정말 그들이 언제 전태일을 사랑이나 했었나.

정말 전태일이란 인물을 이토록 존경했었나.

의구심이 들었다.

 

참 인상적인 거리였다.

한 청년이 자신의 동료들의 부당함을 대신하여 온 몸 불살라 혁명을 일으키고

그 혁명이 초석이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 노동자의 아버지가 된 전태일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자꾸 명판들을 보면서 의구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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