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숭례문
도시 어딘가에 타란튤라*가 살고 있나보다
타란튤라 한 마리가 독줄을 늘려뜨리며
캄캄한 성벽을 타고 올랐다
일회용 라이터로 시너에 불을 붙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 순간
육백년된 보물은 검은 재로 변해 버렸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순간에도
남대문 상인들은 장사를 하고
남산 오롯한 숲길에는 바람이 불었다
오래된 역사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에도
해외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평화를 즐겼다
이천팔년 이월 십일 저녁 여덟시 사십분
악마에게 영혼을 판 시간이다
굶주린 짐승으로 전락한 저 고독한 인간 독거미는
어떠한 논리로도 정당화 될 수 없고
어떠한 원리원칙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내 가슴팍 하나가 무너져 버렸다
다시 복원된다 해도 숭례문 앞에 서지 않으리라
숭례문은 이미 내게 이무런 의미도 아닌 것.
* 이탈리아 타란토에 살고 있는 독거미,
니체<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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