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20160507
사슴을 보러 왔어요.
맑은 하늘은 나를 향해 열려 있어요.
눈부신 빛 속을 걸어 사슴에게 갑니다.
오늘은 내가 사슴이 됩니다.
내가 사슴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알아 보도록 할게요.
<사슴이야기>
우리는 자유롭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창살은 아니지만 철사를 벌집처럼 엮어 만든 우리 안에서 살고 있답니다.
가만히 거닐고 일도 하지 않고
주는 먹이를 먹으며 아주 편안하게 살아요.
그러나
드넓은 초원을 뛰어 다니고 싶어요.
내 친구들과 내 부모 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가고 싶어요.
위험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자유가 있는
고향으로 가고 싶어요.
제 친구입니다.
종일 저러고 있어요.
눈을 내리깔고 앉아서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저 친구를 보면 나까지 우울해져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안되겠어요.
운동이라도 해야지~~
엇차엇차~
주말에는 정말 신나요
사람들이 몰려와 먹이도 주고 사진도 찍고
잠시도 뒹굴뒹굴 놀 틈을 주지 않아요.
예쁜 숙녀가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는 날이면
정말 좋아서 자기가 사람이라도 된 듯 껑충거리는 사슴도 있어요.
정말 웃기는 친구죠.
저는 아이들이 순진한 눈망울로 먹이를 줄 때가 가장 좋아요.ㅎㅎ
재는 지금 지난 달에 죽은 여자 친구를 생각해요.
너무 많이 울어서 아직도 눈이 부어 있어요.
내가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흰 들꽃을 그에게 주고 싶어요.
뒷 모습에서 슬품이 묻어나네요.
왜그런지 엄마 곁에만 앉으면 졸려요,
졸음이 밀려와요.
앙~~~졸려~
오홋~~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와서 먹이를 주네요.
아이가 아이같지 않고 분위기가 있어요.
세련된 도시 아이예요.
욕심쟁이~~ㅋㅋㅋ
우리 안에 비둘기도 놀러와요.
처음에는 적이었는데
지금은 동지가 되었어요.
가끔은 먹는걸로 싸우기도 해요.ㅋㅋ
그리고 가장자리에 토끼풀도 있어요.ㅎㅎ
살아 생전에 고향으로 돌아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