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만드는 청거북이
삼층짜리 공장 구석진 다락방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등이 굽은 청거북이 같은 사내
앉은뱅이 책상에 웅크리고 별을 만든다
뒤에서 보면
목만 빼고 있는 거북이 같아
툭 건드리면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차마 말 걸지 못하고
메모지만 달랑 남긴다
주문서에 코 박고 두 눈 깜빡이다
고개만 끄덕이기만 하면
말없이 다락방으로 숨어들기만 하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것
그의 손 끝에서 별이 내린다
저 빛나는 것들
별이 되어 환하게 세상을 밝히는 것들
세상은 그를
어둡고 구석진 변방으로 내몰지만
애초에 중앙을 꿈꾸지도 않았지만
별을 만드는 자만이 가지는
맑은 눈빛을 가졌다
어떠한 어둠도
그를 삼키지 못한다
어떤 빛나는 것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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