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질경이" 2009. 10. 25. 22:07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  재  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을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ㅡ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번 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구절초

 

 

 

 

                            내 안의 너를 지우며

 

 

         빛 바랜 십년이

         마른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언제부터인지

         야금야금 갉아 먹힌 벌레먹은 잎처럼

         작은 틈새로 스며든 바람은

         더는 막을 수 없는 큰 구멍을 만들고 말았다

 

         똑똑한 네 심장을

         어리석은 내 가슴으로 사랑한 것

         그것이 너를 괴롭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행복했던 것

         그것이 잘못이라면 용서를 바란다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다시는 상관하고 싶지 않은

         무관심의 욕구들이 잠재해 있었을까.

         이리 작은 것 조차

         소통하지 못해 낯설기만 한데

         그 동안 왜그렇게 행복했을까.

         못난이로 태어나 못나게 살아야 하는데

         높이 날아보려 파닥인게 잘못이라면

         용서를 바란다

 

         한 여름 폭염의 들판에서

         한 송이 꽃에 취한던 날들

         눈 내린 오리나무 숲

         한 동안 길잃어 헤매일 때도

         낮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도

         우린 행복 했었다

 

        늙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은가

        아마도 그쯤이면

        어디선가 추억하나 꺼내며

        살아가는 동안 행복에 젖으리라

 

                     

   

  바위떡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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