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 재 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을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ㅡ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번 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구절초
내 안의 너를 지우며
빛 바랜 십년이
마른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언제부터인지
야금야금 갉아 먹힌 벌레먹은 잎처럼
작은 틈새로 스며든 바람은
더는 막을 수 없는 큰 구멍을 만들고 말았다
똑똑한 네 심장을
어리석은 내 가슴으로 사랑한 것
그것이 너를 괴롭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행복했던 것
그것이 잘못이라면 용서를 바란다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다시는 상관하고 싶지 않은
무관심의 욕구들이 잠재해 있었을까.
이리 작은 것 조차
소통하지 못해 낯설기만 한데
그 동안 왜그렇게 행복했을까.
못난이로 태어나 못나게 살아야 하는데
높이 날아보려 파닥인게 잘못이라면
용서를 바란다
한 여름 폭염의 들판에서
한 송이 꽃에 취한던 날들
눈 내린 오리나무 숲
한 동안 길잃어 헤매일 때도
낮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도
우린 행복 했었다
늙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은가
아마도 그쯤이면
어디선가 추억하나 꺼내며
살아가는 동안 행복에 젖으리라
바위떡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