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랑
눈에 보이는 것만 사랑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고즈넉한 가을, 저무는 바닷가에서
하루종일 대지를 달구던 태양도
사랑에 겨워 제 보습 감추는 것도
다 사랑임을 알았을 때
드러나는 것 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봄 내 제살깎아
초록향기 피워 올렸던 나무도
가을이면 수액을 거두고
생명선을 정지시켜
겨울을 준비하는 것도
세상이치의 사랑임을
이렇듯 자연의 사랑도
오체투지로 우리 앞에 서는데
하물며 사람의 사랑이야
그 보다 거룩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