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아

편지

질경이" 2008. 9. 28. 22:30

 

 

          편  지

 

              ㅡ아들에게ㅡ

 

 

보내준 편지 잘 받았다

추석에는 할아버지 산소에 갔었다

말끔한 벌초 자리가 꼭 네 머리 같구나

계절이 이른 탓인지 산소 뒷편에

함초롬하던 구절초가 올해는 피지 않고

봉우리만 맺힌게 푸른 제복의 초년병 같구나

유격 훈련은 어찌 잘 마쳤는지.

내일 모레가 할아버지 제일(祭日)인데

너 없이 제사를 두번이나 지내는구나

동생은 철이 없어서인지 아무 생각 없는 것 같다

너의 빈 자리를 조금은 즐기는 것 같구나

형만한 아우 없다고.

네가 그 중 대견하고 든든하다

보름 지난지 얼마 안됐으니

산중에 걸린 달이 밝겠구나

밤이 깊었구나 아들아

잘 있거라.

 

      ㅡ 엄마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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