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아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ㅡㅡㅡㅡ송경동

질경이" 2010. 1. 15. 18:59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어느날

한 자칭 맑스 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또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베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 받고 있다고

 

 

 

 

 

 

 

<시인의 말>

 

어느 늦가을 단풍 아래 있다가 단풍잎 한 잎 한 잎들이 모두 세상이

내게 건네준 생명의 화폐들로 보며 황홀했던 적이 있다.

돌아보니 아침이슬 한 방울, 햇빛 한 줌이 어떤 금괴보다 경이로운

보배였다. 그러니까 나는, 단 한 순간도 궁핍해본 적이 없다.

 

모르고 산게 어디 이뿐이겠는가. 과분하게도 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자연에게서 너무나도 많은 환대와 배움과 사랑을 받아왔다. 배우고, 받아놓고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몰랐던 때가 훨씬 많았다.

 

뭐라고, 더 말하겠는가. 이 갸륵한 세상을 아프게 하고 독점하고 사유화하려는

못된 체제와 무리들에 대한 분개외에 무엇을 더 얻고자 할 것인가.

 

우연히 오게 되었지만 .... 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내 이름을 달고 나오지만 이 시집은 나만의 것이 아님을 잘 안다.

고맙다는 말을  놓아 두어야 할 이들이 많지만, 따로 새겨두지

못함을 용서하시기 바란다.

                                               2009년 12월

                                                        송  경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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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시인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철도 웨딩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

무엇이 보잘것 없 한 노동시인의 출판 자리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을까.

언제나 가두투쟁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시인,

그에게 술 한 잔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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