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아

Chris Spheersㅡ Andalu

질경이" 2010. 8. 1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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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장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연기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 먹이고

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개짓에 실어 보내야겠다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

삶은 고통일지라, 죽어도 추억이 되지 못하는 고통을

하늘공장 예배당에서는 찬양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이 잘린 모가지를 껴안고 천천히 해찰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하늘공장으로 출근을 해야겠다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르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땀내 나는 향기를 칠하고 하늘공장에서 퇴근하는 길

지상에 놓인 집 한 채가 어찌 멀다고 이르랴

 

 

임성용 <하늘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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