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의 아침
아주,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는데
손톱만한 그믐달이 따라온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젊은이가 지나가고
어젯밤 불면으로 까칠해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마른 세수를 한다
넘어질듯 가파른 길을 올라
산정에 섰을 때 알았다
바위에도 리듬이 있다는 것을
발바닥에 느껴지는 바위의 노래
바람은 주술가의 비문처럼 낮게
바위의 울음을 감싸고 분다는 것을
끝내 울음을 터뜨려 구름을 만들었다
동쪽하늘이 붉어질 때 내 뺨도 붉어졌다
서쪽으로 고개 돌리면
그대의 뒷 모습도 서쪽으로 향해 있다
삼각산의 아침은
동쪽이거나 서쪽이다
삼각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족두리봉에 기대어 막걸리를 마셨다
막걸리로 고수레를 하자
엉덩이가 통통한 개미들이 분주하다
새가 낮게 날고
산은 운무에 젖었다
스치듯 그렇게
바람이 스치듯
마음 한자락을 당신이 스쳤습니다
스치는 것은 지나가야 합니다
우주가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비켜주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압니다
스치는 것은 지나가야 합니다
모르는 채
지나가도록.
그래서, 한 쪽 눈을 질끈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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