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5 (일) 포천 부대에서>
편 지
ㅡ아들에게ㅡ
보내준 편지 잘 받았다
추석에는 할아버지 산소에 갔었다
말끔한 벌초 자리가 꼭 네 머리 같구나
계절이 이른 탓인지 산소 뒷편에
함초롬하던 구절초가 올해는 피지 않고
봉우리만 맺힌게 푸른 제복의 초년병 같구나
유격 훈련은 어찌 잘 마쳤는지.
내일 모레가 할아버지 제일(祭日)인데
너 없이 제사를 두번이나 지내는구나
동생은 철이 없어서인지 아무 생각 없는 것 같다
너의 빈 자리를 조금은 즐기는 것 같구나
형만한 아우 없다고.
네가 그 중 대견하고 든든하다
보름 지난지 얼마 안됐으니
산중에 걸린 달이 밝겠구나
밤이 깊었구나 아들아
잘 있거라.
ㅡ 엄마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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