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학교가 있었다
공장 담벼락를 사이에 두고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를 사이에 두고
폐수가 흐르는 도랑 건너에 학교가 있었다
스무살, 어른으로 가는 사색의 나이
제 각각 다른 교복을 입어도 되는 열린 학교라고
장발 단발 퍼머머리, 자유로운 남녀공학이라고
국제적 명문학교라며 낄낄거리던 친구들
밤마다 풀처럼 일어나 별처럼 지는 곳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간쯤에서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중간쯤에서
늦은 밤 불빛 환한 교실 창문을
바람이 흔들 때
와락 달려드는 헛헛함으로 물었다
얼마나 더 견디어야
저 높은 상아탑에 오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싸워야
세상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을까
빛 바랜 사진관 유리문 앞에서
교복깃을 세우던 계집애들은
늘어진 양말목처럼 지친
남학생들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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