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복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문득 이 물음에 답할 용기가 없다.
어제 저녁,
내 생일이라고 벗들이 모였는데
불혹 중반의 나이에도 아직 미혼인
아이같은 순수를 아직도 부적처럼 달고 사는
시규와 명희가 정답게 앉았다.
느즈막에 결혼한 기역이가
예쁘고 어린 신부 희정이를 앞세우고
홍안의 미소를 지으며 들어 왔다.
예의바른 청년같고 ,영락 시인같은 채은이와 나는 십년 벗이다.
종묘 숲에서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고 고독하게 서 있던
처음 채은이를 만나던 날을 기억한다.
두 아들 군대 보내고 서러운 눈물을
뚝뚝 훔치던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작년에도 올해도 어김없는 행복을 담아준
준님이와 중섭에게는 내가 배워야 할 그 무언가가 있다. 情人이다.
오랜만에 본 노욱이는 더 커져있고
몸관리를 한다며 술을 아꼈다.
그러다보니 말수까지 적었다.
성용이는 일이 없다며 일찍부터 종로를 배회하다
새로나온 송경동 시집<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을 사들고 내게 왔다.
성용이와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
그 말솜씨와 재치는 따를자가 없다. 군계일학이다.
아내를 마누라라 부르고
이번에는 꼭 헤여지고 말겠다며 남의 얘기하듯
사뭇 진지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이 순정한 벗들에게 감사의 말조차 건내지 못했다.
이 바보같은 나를 답답해 하며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를
그대들이여 용서하시라.
열애ㅡ 기울임
이 명 희
누군가에게로 기운다는 것은 어쩌면
일상의 균형을 깨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딘가, 어느 한 쪽이 경사가 지거나
기울어져야만 고이는 것이 있다.
기울어져야만 고여서 출렁이는 것이 있다.
아마도 지금 어딘가로, 누군가에게 기울어지고 있나 보다.
이 출렁거림이 봄날의 기운처럼 퍼득거리고 있으니.
<사진 2009.1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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