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25 화야산>
화야산은 내게 운명같은 산이다.
2004. 4월 초
카메라도 없이 사진 찍는 시인들을 따라 나선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꽃에 정신을 팔고 있었고
나는 지루하기도 하여 천천히 길을 따라 숲으로 갔다.
막 숲을 돌아 고개를 돌리는데
무슨 보라색이 밭을 이루고 (花田)
환한 불을 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갑작스런 꽃의 반란에 정신을 빼앗겼다.
이름도 모르고 처음 본 꽃에 정신이 팔려 일행과 떨어져 길을 잃고
4시간 만에 사람들을 만났던 화야산.
다시 화야산에 들다.
그러나 그때의 얼레지는 다 지고 몇 송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 세상처럼
외로운 일은 없을 겁니다.
무덤까지도 가지고 가고 싶은
슬픈 비밀 한 가지도 없는 사람이
어찌 꽃을 보고 울 수 있겠어요.
ㅡ박남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