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에서
겨울비가 내리는 바다를 봅니다
촛대바위 끝에 앉은 바다새처럼
시간은 정지되고
바다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봅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
마음은 점점 바다밑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뒤에 서 있는 연인이 더 다정하듯
그대 온기로 등이 따뜻해진다면
같은 바다를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대 어느새 곁에 와
눈물을 떨구는 새가 됩니다
아직도 바다새는 뾰족한 탑 위에 앉아 있고
새보다 내가 먼저 자리를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새를 닮은 그대는
눈이 멀었거나
귀가 어둡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대 사랑도 그러합니다
아직도 그대로인 새를 뒤돌아 보며
나는 그대를 떠납니다
<지난 해 겨울 추암에서>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