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ㅡ용비지
꽃방울 톡톡 간지나게
피는 곳이라 했어
뭔가 특별할 것 같은 날이었지
누군가 잘 닦아놓은
거울같은 호수가 끌렸어
마치 요정이 나를 이끌 듯
마을 끝 숲길을
발등 적시며 걸었어
꿈을 꺼내 보이고 싶었던 날이었지
호수 위 호버링 하던 새한마리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 꿈인가 했어
미친듯 달려 갔지만
모든 것 물 속으로 사라진 뒤였어
나는 무언가 놓쳐버린 아이처럼
멍하니 바라보았어
두 손 주머니에 넣고
발등만 바라보다
그곳에 두고 왔어
내 마음 다 두고 왔어
지나가는 봄날이었어
그렇게 벚꽃지는 봄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