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아

[스크랩] 보신각 거리 예술제에서....

질경이" 2006. 11. 13. 22:39

 

보신각 거리 예술제에서...

 

                    -정태춘을 위하여-

 

 

속 시끄러울 때마다

거기 보신각으로 갔다

갈 때마다 늘 바람이 불었다

오늘은 약간 비도 내렸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노래를 듣는다

 

거기에 가면 항상

다정한 미소의 정태춘이 있었고

그의 벗 박은옥이 있었다

별빛 하나 없는 캄캄한 종로 한 복판에서

그는 힘 있는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시적인가

멈추지도 않고 무심히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울분을 토할 때는

내가 다 불안하다

 

오늘은 윤도현 밴드가 나왔다

그래서 일까. 갑자기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정태춘씨도 놀라는 눈치다

이 슬쓸함을 어찌할까.

환호하는 사람들, 오로지 가수에 환호하는 사람들

 

윤도현은 대추리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마음속의 땅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땅을 잃고 떠도는 대추리 마을까지 들렸을까

두 눈 부릅뜨고 마을을 향해 총칼을 겨누고 있는

군인과 경찰들의 두 귀에도 들렸을까

들렸다면 그 총 칼을 내려 놓으라

이제 그만

농민들을 다정하고 착한 그들의 땅으로 돌려 보내라

지칠대로 지친 정태춘을 일상으로 돌려 보내라

이제 그만 그를 쉬게 하라

 

작지만 모금함에 몇 푼 넣고

작지만 씨디와 시집을 사고

내 작은 날개짓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나비효과를 기대해 본다면... 잘못된 것일까

 

정태춘 화이팅....

 

 

 

 

출처 : 황새우울
글쓴이 : 신경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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