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각 거리 예술제에서...
-정태춘을 위하여-
속 시끄러울 때마다
거기 보신각으로 갔다
갈 때마다 늘 바람이 불었다
오늘은 약간 비도 내렸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노래를 듣는다
거기에 가면 항상
다정한 미소의 정태춘이 있었고
그의 벗 박은옥이 있었다
별빛 하나 없는 캄캄한 종로 한 복판에서
그는 힘 있는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시적인가
멈추지도 않고 무심히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울분을 토할 때는
내가 다 불안하다
오늘은 윤도현 밴드가 나왔다
그래서 일까. 갑자기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정태춘씨도 놀라는 눈치다
이 슬쓸함을 어찌할까.
환호하는 사람들, 오로지 가수에 환호하는 사람들
윤도현은 대추리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마음속의 땅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땅을 잃고 떠도는 대추리 마을까지 들렸을까
두 눈 부릅뜨고 마을을 향해 총칼을 겨누고 있는
군인과 경찰들의 두 귀에도 들렸을까
들렸다면 그 총 칼을 내려 놓으라
이제 그만
농민들을 다정하고 착한 그들의 땅으로 돌려 보내라
지칠대로 지친 정태춘을 일상으로 돌려 보내라
이제 그만 그를 쉬게 하라
작지만 모금함에 몇 푼 넣고
작지만 씨디와 시집을 사고
내 작은 날개짓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나비효과를 기대해 본다면... 잘못된 것일까
정태춘 화이팅....
출처 : 황새우울
글쓴이 : 신경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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