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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시 : 2006년
10월 12일(목) 밤 11:40-12:00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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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연 자 : 박남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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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시인 박남준, 세상으로 나오다..
'그는 혼자 밥 해 먹고, 혼자 꽃을 보고, 혼자 시를 쓰지요.
때론 청승이겠으나, 때로는 그 ‘청순함’이 돋보이는 꽤 멋진 사내지요'
어느 작가가 박남준 시인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박남준 시인에 대해 쓴 글을 보면 그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조금이나마 짐직할 수 있는 글귀다. 직장을 그만 두고 전주 모악산 자락 오두막에서
살다가 지금의 지리산 자락으로 거처를 옮긴 후 시집 <적막>을 펴냈다.
최근 펴낸 시집에는 고독과 적막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따뜻하고 환한 시어의 작품들이 들어있다.
경남 악양 지리산 자락에서 소박하고 맑게 살아가는
박남준 시인이 낭독 무대에 올랐다.
먼저 가을의 길목에서 만난 그의 사는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새로 올라온 싹들, 처음으로 꽃을 피운 식물들,
그리고 딱새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한다는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인은 “산 속에 살면서 자연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고 말했다.
낭독무대에서는 시인의 작품 <각>,
<아름다운 관계>, <따뜻한 얼음>을 낭독한다.
작품 한 편 한 편, 세상을 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들로
타인과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 들어있다.
그 밖에 소박한 삶 속에서 생기는 행복, 평안, 감사함 등..
소소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산 중에서 자그마한 집을 짓고 혼자 살아가는 시인,
그가 들려주는 삶의 모습과 낭독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주 <낭독의 발견>에서는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사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휴식 같은 시간이 마련된다.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상처가 새겨질 때에야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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