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아

[스크랩] 그곳에 가거들랑...(18일 문학기행에 부쳐)

질경이" 2006. 8. 8. 23:25
 
 
그곳에 가거들랑... 18일 文學紀行에 부쳐
 
                            - 에트랑제 -
 

 
깊이 잠든 천년의 역사를 깨워
그 빗장 사이로 빛을 읽어야 한다
 
도도히 감겨 돌아 굽이치는 강나루에서
하늘의 소리를 담아야 한다
 
고난의 시대,  아픔의 절규  귀에 담아
그들이 말하게 하라
 
나무 숲 돌섶에서
그날의 새소리 꽃들의 증언도 들어야 하리라
 
역사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저편 자락임을
 
거기에 가면 알게 되리라
거기에 가면 느끼게 되리라
 

 

 
'미더운 강물결'을 흘러보내며 섭리를 찾는
청백리 맹사성에 허리를 굽히고
 
매월당 긴  한숨 소리와
 조심스레 금오심화도 열어보자
 
가시연꽃 고개들어 하늘을 비상하는
궁남지에 시름을 털며
 두 손 모아 합장을 하자
 
부소산 허리안고 푸르게 푸르게 감도는 백마강가에서는
이광수님의 '낙화암' 시 한 수도 읊조리자
-모르는 아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노라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
나당의 말굽에 짓밟힌 핏빛 울음도 되새기자
 
성충 흥수 계백 삼충사 붉은 피 뭍어나는
진남루  쌍수정 공복루 누각에서
소쭉새 노래도 놓치지말아야 한다


 
마동과 선화공주도 흔들어 깨우자
아니 가만히 그들의 농익은 밀어를 훔치며
어디선가 부는 바람에 나비 한쌍 비상도 지켜보자
버드나무 기대어 애절케 우는 매미소리에
슬그머니 눈물 훔쳐 얼굴을 내리자


 

'껍데기는 가라'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되풀이하며 삶의 한 수를 가르치는 신동엽님이다
 
사월의 알맹이만 남고
동학년 곰나루 그 아우성만 남기고
아사달과 아사녀 부끄럼만 빛나고
그리고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며
우리에게 향하는 절규를 담아내자
 
하여 산에 언덕에 님의 향 심어 꽃으로 바람으로 피어내자

 소나무 사이 뭉게구름  오릿길 수놓으니
꿈꾸듯 가는 길에 구름이 말을 걸어
고즈넉을 더할 때
황동규님 '망초꽃'시 한 수를 떠올리며
신발 벗어걸어보라

 

 

... 누가 시외버스에 실려 몸을 뒤척이며
암모니아 냄새 자욱한 홍어회처럼 달려가겠는가
타버린 산이 삭고
산 속에 새겨논 마애불도 삭아내리고
이따금 물조각이 저절로 굴러내리는 절벽을 걷다가
한 빨래로 걸려있는 구름 앞에서
그 흔한 망초꽃 속의 어느 눈썹 섭섭한 망초 하나와 만나
인사를 주고 받겠는가
- 듣고보니 우린 꿈이 같군
꿈이 환했어 -
같은 꿈을 같이 꾼 자들이
같은 창살 속에 서서 같이 흔들리는 그런 곳
무량면 정토리가 없다...
 


 

 

 
 

 

 

 

 

 

 

 

 

 

 


세월 담아  흐르는 금강 곰나루 언덕에서
물 한 모금 축이며 애절한 별리 사연도 담아
종이배 띄워 보내도 좋으련만
차라리 강물에 뜬 구름자락 내버려 두고
귀 쫑긋 나태주선생 시담에 풀석 주저앉자
시골만 고집하고 부득불 초등교에 자가용 나몰라라
시심으로 하루를 여닫는 
소리를 들어보라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고 모진 마음 달래고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 숨기며 살겠노라고
그리고 당신 사랑않는 게 나의 사랑'이라는
깊고 투박한 시인의 마음도 슬그머니 담아오자
음력 칠월 짧잖은데 가을을 시샘하나 윤칠월이 이어온다
어스렁 음칠월 스무닷새 풀벌레 소리 뒤로하고
두고오는 고향처럼 펑팡 울고
눈고친 다음 누가 볼새라 히죽 웃어도 보며
서울행 밤차타고 차창밖에 손흔들자
저기 창밖 또다른 나를 보며...
 
       06년 여름 문학기행 잘다녀 오시기를 빌며 객기를 부렸나보다 
모쪼록 보람 가득한 여정을 빌며... 
              - 열나면 뒷차 타고 갈지도 모를  에트랑제가 -
 
          
 
 
 










 
 

 














출처 : 백미문학
글쓴이 : 에트랑제 원글보기
메모 :

'시가 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지리산의 시인 세상으로 나오다  (0) 2006.09.28
[스크랩] 돌바늘꽃  (0) 2006.08.20
아들에게....  (0) 2006.07.10
즐기는 세상......오도엽  (0) 2006.07.02
김포 집에서...  (0) 200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