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척에 바다을 두고도 나가지 못했다. 가끔 온갖 흙먼지 낀 창문을 내다보며 그 곳에 푸른 바람이 지나고 있을까, 그 곳에 가면 참혹한 기억 같은 것은 순식간에 잊을 수도 있었을텐데 길을 밟고 바로 서지 못하는 사람은 어려운 일이지.
눈으로 보는 먼 곳은 그저 먼 곳일 뿐 그 이상은 아닌거야. 마음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으로까지 멀어지는 것이라는 것은 언제나 영혼을 점치는 사람들까지도 두려운 것이지.
바람의 허리를 잡고 바다가 일궈 놓은 물무늬는 바다새에 끌려간 물고기의 비명 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지만 그러나 아무 기척도 못하고 그저 쓸쓸해질 때면 마음으로만 혼자 흐느꼈을 것이다.
검은 깃털을 가진 새들이 갈대 잎 스쳐가는 호젓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발꿈치를 씻으며, 머리를 주억대며 잘방대는 물결 소리를 듣는 곳, 간절함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곳. 여기 이름도 없는 곳.
만나는 사람, 마주치는 것 모두가 다정한 사람, 함께 있으면 사금파리에 긁힌 것 같은 마음의 쓰라림을 잊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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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무 그림자
글쓴이 : 의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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