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군대간 아들이 카메라를 사주고 갔다.
그동안 알바를 해서 모은 거금을 들여 사주었다. 남편도 조금 보태긴 했지만.
그것이 니콘 Dㅡ80 이다. 카메라 조작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폼만 그럴듯하게
봄부터 여름까지 쉬는 날이면 산으로 야생화를 찍으러 다녔다.
오늘도 가을의 전령인 붉은 나뭇잎이라도 몇장 담을까 하여 산에 다녀온 터라
몸이 몹시 피곤했다. 시간도 촉박하고.... 강좌에 갈까 말까를 망설이다 10분정도
늦게 도착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젊음은 늘 날 주눅들게 한다.
다행히도 노순택 선생도 지각을 했는지 나보다 늦게 도착했다.
2년전인가.
종로 보신각에서는 평택미군기지저지운동의 일환으로 매일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매일 거기 갔었다. 거기서 노순택 작가의 이름은 들었었지만 실제로 본 것을 오늘이
처음이다. 상상으로 나이가 나보다 많을 거라는 생각을 깨고 젊은 사람이다.
"정확히 관찰된 기록이 언제나 가장 대담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 보다 더 풍부하고
흥미진지하다"는 귄터 발라프의 말처럼 그의 강의는 참으로 오랜만에 진성성을
느끼게 했으며 행복했다.
사진이란 "잘라내기, 끄집어내기, 코드없는 메세지, 시각의 확장, 인식의 확장"이라고
한국사회의 갈등 문제를 사진 찍기로 세상 사람들에게 강한 매개체로 진실앞에
서고 싶다고 했다. 사진도 다른 곳에서 본 것들과 사뭇 달랐다.
대추리의 최첨단 레이더돔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뻔한 얘기 같지만 "어떻하면 사진과 글을 그렇게 잘 찍고 쓰세요?"라고 질문하고 싶다던
옆자리의 젊은 수강생의 말처럼 나도 그렇게 묻고 싶었다. 그의 글은 더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부러웠다. 다음 수요일에는 옆자리 학생의 이름이라도 물어 봐야겠다.^^
사실적 존재에서 상상력이 발휘된 사진은 그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
같았고, 방식이 독특했다. 정확히 관찰되고 기록한다는 점에서 르포와 사진은 같은
맥락을 전하는 것 같다.
오늘 강의를 안들었다면 어쩔뻔 했을까. 노순택 작가와 삶창 르포교실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오늘 또 하나의 의미를 가슴에 담았다.
* 사진 한장이 주는 사회적 파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누구에게는 독이 되고
누구에게는 약이 되기도 한다. 역사적 중요한 증거가 되기도 하고, 아주 위험한
살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ㅡ오늘 배운 내용중에서ㅡ
<큰 꽃 으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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