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길 위에서......

질경이" 2009. 9. 21. 00:02

 

길을 나서는 일이란 설레임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마음을 둔다는 것,

선다는 것은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래의 두근거림이다.

 

 

 

 

오늘,

우리가 나선 길은 강원도 봉평이다.

이미 메밀꽃은 천천히 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효석 생가는 포기하고 물매화가 군락을 이루는 있다는

대덕사 뒤 계곡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속이 안좋더니 계속 멀미를 한다.

머리가 아팠다.

 

 

                                             물매화

 

 

 

사람없는 호젓한 계곡은 지상 낙원이다.

사람들은 그저 꽃에 몰두하고 취해 말이 없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방향을 틀었다.

 

테레비젼 프로그램<1박2일>에 소개되었던 골짜기를 찾아 가는 중이다.

계속 멀미를 한다. 같은 차의 일행은 사람들이 좋아 보인다.

넓고 깨끗한 계곡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계곡 옆으로 가을꽃이 군락을 이루며

우리를 즐겁게 했다.

 

 

 

                                             숙부쟁이와 구절초 군락

 

 

 

 

일행들이 소통되지 않은 채 우리만 남겨 놓고 잠시 사라졌다.

핸드폰이 통화권이탈이라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멈춰진 것 같다.

키 큰 미루나무를 올려다 보며 걸었다.

 

 

 

                                                 미루나무

 

계곡물은 바짝 말라 있어 돌들이 허연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갈증이 일었다.

우린 계곡 끝에서 다래 나무를 발견했다. 먹어 보니 달다.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행복했다.

쪼그리고  앉아 작은 거미가 줄을 친 잔대꽃을 찍었다.

행여 차가 우리를 못 보고 지나칠까 자주 신작로를 바라봤다.

 

 

 

 

 

 

 

 

 

어둠이 밝은 햇빛을 한꺼풀 덮고 있는 중이라 계곡이 어두워졌다.

멀리서 하얀 먼지를 일며 차가 온다.

 

 

 

 

손을 흔들며 달려 갔다.

마치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아이처럼....

저물어가는 여름도, 계곡도, 꽃도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내곁에 숲 하나 있었으면

 

 

                           곁에 가까운 숲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언제라도 그 숲에 들어

                           딱총새 울음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솔잎 지는 소리에 가슴 저민 사랑 하나

                           떠올리면 좋겠네

                           이른 새벽 숲으로 피어 오르는

                           물 안개에 머리를 감고

                           나뭇가지 사이로 번지는 햇살에

                           온 몸을 맡겼으면 좋겠네

                           고단한 나로 부터 빠져나와

                           가깝게 안아주는 숲이 있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