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야영을 하다.

질경이" 2009. 9. 30. 23:02

 

이번 여름휴가에는 제주 올레길을 걸으려고

봄부터 제주행 티켓을 예매 했었다.

그러나 세상은 늘 예기치 않는  일들이 일어나는 법.

그것 또한 살아가는 묘미가 되기도 하고

헛헛한 세상을 더 우울하게 하기도 하고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늘 변수는 작용하는 법!

어찌어찌 동무들과 모사를 꾸미다 보니

다섯명이 딱 모여서 철원 어느 계곡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남편한테는 문학회에서 문학답사 간다고 함).

성용이 시규 명희 나 그리고 시우~~~^^

막상 모이고 보니 시우는 못오고

공교롭게도 여자 둘 남자 둘 딱 맞아 떨어졌다.

짝이 안맞으면 절대 안간다고 버티던 성용이 말대로 된 것이다.ㅋㅋㅋ

그중에서 제일 나이 많고 제일 고지식한  나는

성용이 아들을 데리고 가자고 꼬드겼다. (초등학교2)

2대2는 왠지 무섭다(?)ㅋㅋㅋ

하여,

아무도 없는 계곡에

별과 술과 노래와 시가 밤새 숲에 메아리쳤다.

 

 

 

 

아 얼마만의 야영인가.

텅빈 계곡에 텐트 두개가 덩그렇다.

우린 만날 때마다 이야기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짧게나마 기록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지므로.....

 

 

 

 

                   돌단풍 

 

 

 

 

                              야영을 하다

 

                시 쓰는 성용이 명희, 소설 쓰는 시규

                    시골 동무같은 사람들과

                    폐광같은 계곡에서 야영을 했다

 

                    팔부능선 오리나무 숲

                    폭염을 피해 온 사람들

                    저녁이 되자 하나 둘씩 빠져 나가고

                    낮은 포복으로 오던 어둠은

                    주춤거리며 별을 불러온다

                    한 개 두 개 별이 박힌다

 

                    허연배를 드러낸 마른 계곡

                    불면의 밤은 발아래 까지 왔다

                    잠든 다는 것은 다시 깨어난다는 일

 

                    텐트안에 누워 퀴퀴한 흙냄새를 맡는다

                    숲에서 고향집 두엄 냄새가 난다

                    언젠가 누웠던 설악

                    마등령 오세암 공룡능선에 불던 바람 앞에

                    상처를 뿌리채 박던 때 처럼

                    칡흑같은 어둠이

                    계곡 깊이 박힌다

            

                   

       

 

      복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