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휴가를 받았다.
난 여름이 좋다.
일년 중에서 가장 길게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름이면 중요하거나 행복했던 일들이 예기치 않게 일어나기도 했다.
올 여름도 예외는 아니였다.
이번 여름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큰 놈이 군대를 갔고, 작은 놈은 휴학을 했다.
분실된 택배 사건으로 인하여 2주간의 스트레스로 머리가 뭉텅 빠졌고,
아픈 오빠에게 언니는 이혼을 선언했고, 그로 인해 아버지 어머니는
바짝 마른 장작개비의 형상이 되어 식물형 인간인 두 사람은 더 바스러질 것 같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처지라 엄마 곁에서 위로해 드릴 조금의 여력도 내겐 없다.
그렇게 방치된 채 여름은 훌쩍 가버리고 말 것이다.
제1일:종일 잠만 잤다.먹고 자고 또 먹고.
제2일:친정에 가서 하루밤도 못자고 왔다.아무 말도 못한 채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제3일:시어머니 모시고 강화에 가서 추석에 쓸 돗자리 2개를 샀고,
시집 안가고 늙어가는 시누이가 쓸 죽부인을 샀다.
바다를 한 바퀴 돌아서 오는 길 바람이 시원했다.
제4일:군대간 아들 면회를 다녀 왔다. 뒷 태가 꼭 중대장 같다. 살 좀 빼야겠다.
제5일:아,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망설임 끝에 부여를 가기로 했다. 난 어려서 떠나온 고향을 유난스레
그리워하며 산다.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한 친구가 아파서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그것도 좋았다. 한껏 여유로움을 느끼며 부여 읍내를 걸었다.
땀이 송글송글 기분좋게 맺혔다. 다 비워버리자고 작심하고 걸었다.
궁남지로 부소산으로 낙화암으로 구드레로....
여름의 중심에서 걷고 또 걸었다.
<궁남지>
<궁남지 연꽃>
<낙화암에서 내려다 본 백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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