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안녕 마이클(2)-----이명희

질경이" 2009. 12. 8. 14:43


<러브레터--(2)>

안녕 마이클.


어제는 2009년 11월 30일, 11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달력에는 오늘이 보름이었네요, 살짝 이그러진 달이 어찌나 휘영청 밝았던지

또 다시 마음이 뭉클해지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당신과의 마지막 데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며칠 동안 당신을 만나고 또 만났지만 새록새록 새로운 모습에 눈을 뜹니다.

너무나 커다란 존재인 당신을 다 만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저의 마음은 당신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갑니다.

약속시간도 넘어가는 즈음에 다시 스크린 앞에 앉아서 혼자 눈물을 닦기도 하였습니다.

뒤늦게 모임에 참석해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고 마시고 웃다가 돌아와

모니터 앞에 앉아서 당신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철없는 시절의 소녀도 아니고 이제 어느 덧 중년의 나이로 무르익어가야 하는 즈음에요.

하기는 당신은 그쪽 나이로 오십 세의 나이였지만 열정의 나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는 청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활짝 펼치지 않고 숨겨놓는 듯 한 몸의 동작 하나 하나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어린 날의 모습도 젊은 날의 모습도 다 넘치게 아름다웠으나

제게는 마지막 당신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어쩌면 그리 고운 심성을 가지고 사셨는지 너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수줍은 미소와 어깨 짓, 자유롭게 리듬을 맞추는 발과 팔의 동작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요.

왜 이전에 당신의 모습을 마음에 두고 살지 못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스크린 속의 당신을 마지막으로 보고 돌아오는 어깨가 슬픔에 기울어집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모습과 소리는 영원히 사람들 곁에 머물고 있을 테지만

생각하고 생각하면 자꾸만 서글퍼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언제, 어디에서 당신 같이 아름다운 이를 또 만날 수 있을지요.

어린 날의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도, 당신이 쓴 시를 낭송하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은 금방 젖어 들어 흐르는 물 소리라도 들을 것만 같습니다.

보고 돌아서면 당신이 그립고 가슴 아프도록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그만 당신의 흔적을 따라 짚어보는 일을 그만 해야지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너무 아픈 마음이 자꾸만 고여서 어딘가 고장이 나고 말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고 환하게 웃는 당신을 모습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찾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이들과, 또 이전에 아이들이었을 그들이 당신의 마음을 찾아가겠죠.

찾아서 또 다른 아이들을 품어 안고 세상을 돌보며 지키는 일을 하는 힘을 얻어가겠죠.

당신은 그래서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감싸 안아서 온기를 전할 수 있었으니,

우리에게 다시 꿈을 지키며 살아갈 희망을 고스란히 남겨 놓고 가셨습니다.

아름다운 당신, 이제 어디서고 평안한 세상에서 또 노래를 불러주세요.

당신의 그 꾸러기 같이 장난스럽고 귀여운 춤도 보여주시고 마음껏 당신을 펼치시기를 바랍니다.

곧 어디선가 또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깊고 깊은 해후를 하게 되겠지요.

이제는 안녕, 당신을 오래오래 기억하며 살 수 있게 되어서 참 행운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 마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