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추억을 끌어오며....<섬진강 이야기> 2003.5.15
섬진강 이야기
-장구목, 구담마을을 찾아서
"섬진강 이야기"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의 산문집 제목이다.
오래전 향수병에 시달릴 때가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표지 사진(아이를 업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진) 때문이다.
이 책은 내게 충격이고 경이였다.
내가 찾고자 하는 것, 내가 꿈꾸던 삶
그리운 지난 날, 농촌의 애환과 잔잔한 일상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리움을 논두렁 처럼 펼쳐놓은 책.
난 이 책 하나로 섬진강이란 강물에 풍덩 빠져 버렸다.
▲앞산에서 바라본 마을. 섬진강에 눈이 녹고 봄기운이 찾아들었다. |
ⓒ 김도수 |
일년여의 편지 끝에 받아 낸
한번 놀러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그때의 떨림은 내 생에 다시는 없으리.
처음 선생님을 찾아가던 날은 하늘이 시리도록 파랬다.
그해 들어 눈이 가장 많이 온 날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그것을 계기로 행사처럼 일년에 서너번은 섬진강을 찾는다.
▲ 진뫼마을 앞 정자나무.(오른쪽이 큰정자나무) |
ⓒ 김도수 |
이번에 찾아간 곳은 장구목과 구담마을이다.
진뫼에서 천담분교 쪽으로 강을 끼고 달린다.
강물의 폭이 제법 넓고 푸르다.
섬진강 물빛은 가을이 제일 예쁘고
나무의 잎이 예쁠때는 봄이라고 같이 간 사람이 알려 주었다.
강가에는 자운영과 토끼풀, 개불알풀꽃 찔레꽃이 뒤덮여 있다.
▲ 고향집에 눈이 소복히 내렸다. <그해 겨울 김도수씨네 집> 봄에는 여러번 그의 집에 놀러 갔었다. |
ⓒ 김도수 |
<장구목>
녹차잎을 우려 놓은 듯 물빛이 옥색이다.
강가의 미루나무들이 가슴 시리게 푸르고
지난 태풍으로 누워버린 나무들이 위태롭게 물살을 잡고 있다.
물결치는 듯한 모양의 바위를 지나
요상하게 생긴 요강바위가 가운데 떡 버티고 있다.
누군가 훔쳐간 것을 마을 사람들이 다시 찾아 놓았다는 바위,
아무래도 믿기지가 않다. 이 큰 바위를 어떻게 골짜기에서
빼갈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전설이 아닌가요?"
몇번을 물었지만 진실이란다. 이 돌값이 십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요강바위 안으로 물이 고여 있다.
내가 들어 가면 영영 못 나올것 같이 우물처럼 깊다.
멀리서 보면 장구같이 생겨서 장구목이라던가.
옛날에 장군목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 이름이 변하여 장구목이 되었다던가.
하여튼 둘중의 하나겠지.
허리가 반으로 접힌 할머니가 몸부피의 배가 되는 망태기를
짊어지고 가고 있는 길을 따라 구담마을로 향했다.
▲ 하동 악양골 들녘 <출처:섬진강 편지>김도수 사진. |
<구담마을>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배경이 되었던 곳.
이곳에서도 제일 아름답다는 마을 뒤의 느티나무 숲
영화에서 창희 엄마가 창희와 성민이가 만들어 논 무덤가를 울면서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언제 세웠는지 영화 촬영지임을 표시해 놓은 둥근 돌이 서 있다.
강 옆으로 아이들이 미군 지프차를 따라가던 길이 보인다.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던 길은 아스팔트로 변해 버렸고,
말끔하게 포장되어진 길이 서글프다.
미군 병사와 정사를 벌이던 방앗간은 주인 아저씨가 핏대에
말려서 사고로 죽자 그 자리는 빈 터만 남아 있다.
이 다음에 꼭 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섬진강을 꼽는다.
섬진강만 그리는 화가 송만규씨는 섬진강 물빛이 좋아서
전주에서 구미리(육백년된 남원양씨 시조마을)로 이사를 와서 산다고 했다.
이렇듯 섬진강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는 강이다.
퍽이나 많은 그리움을 안고서
오늘도 강은 흐른다.
<사진:봉평, 정선....덕산기 계곡>2009. 9.16
그때는 디카가 없던 때라 글과 사진이 맞지 않는다.
<글/ 신경숙,질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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