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하기를
ㅡ 여행 후.ㅡ
ㅡ만항재ㅡ
거기 당신,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흐린 날 운무에 갇혀 있던
만항재 나무
흐드러진 들꽃 같은.
ㅡ붕어섬ㅡ
잠시,
고개들어 하늘을 볼 때
어둠을 덮어버린 구름
사연 많은 사람들과
작별의 소주를 마시며
낮게 엎드려 라면을 끓여주던
당신.
ㅡ이끼계곡ㅡ
나를 데리고 가줘요
바람이 불어도 좋고
비가 내려도 좋다고 했지요
자연을 만지는 일
그것을 스케치하고 싶다고
누누이 당신께 말했지만
늘 혼자 떠나는 여행자는
어느 산 속 홀로
그러다 말거라고 그러다
죽을 거라고.
ㅡ추암ㅡ
해뜨는 동쪽 어디쯤 바닷가
생선회 한 입 우물거리며
바라보던 하늘은 성난 파도 같았다
그때 그랬지
파도가 발등까지 달려들 때
세상 다 내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