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겨울
난로를 놓던 날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매캐한 연기에 눈물을 훔치며
70년대를 생각한다
가스비 전기세가 가난한 창문을 두드리며
도둑처럼 넘어올 때 연탄난로를 놓았다
연탄 백장이 현관을 까맣게 채우고
70년대를 생각한다
계란 장사 나간 엄마를 기다리다
연탄불에 국자를 태우며 달고나를 해먹었는데
엄마가 오기도 전에 동생은 마른 삭정이처럼 쓰러졌다
골목까지 끌고 나와 흙 묻은 입에 새우젖을 먹이고
김치국물을 부으며 연탄불의 공포에
목놓아 울었던 70년대를 생각한다
세월은 우리를 할머니로 만들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