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걸어서 집으로

질경이" 2020. 2. 16. 14:27

 

오늘도 걸어서 퇴근한다

남편이 그렇게 걸으라고 권했고, 옆 매장 사모님이

같이 걸어서 퇴근하자고 해도 들은 척도 안했는데

이게 웬일일까?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고는 그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했다. 글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를 이렇게 까지 흔들줄은 몰랐다.

책를 덮는 순간 마법처럼 걷고 싶었다.

필력도 좋았지만 사람을 흡수하고 홀리는데는 선수인 것 같다.

그래서 결정한게 걸어서 퇴근하는 것이었다.

도로로 걸으면 종로3가를 출발해 광장시장을 지나 동대문

그리고 동묘를 지나면 신설동5거리에서 좌측 옛날 마장동터미널쪽으로 가면 용두역이 나온다.

거기까지 걷고 버스를 탄다.

장한평 집까지 걸어본 적도 있는데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딱 용두동까지만 걷기로 하고

매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걷는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상관없다.

걸어본 사람이면 안다.

머리가 바이칼호수처럼 맑아진다. 어떤 고민도 좌절도

사라진다. 인간 본연의 자세가 되어 원시인처럼 걷는다.

지치지 않고 며칠을 걸을 수 있는 것은 동물들 중에 우리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직립보행의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또 감사하는 날이다.

사진을 찍을 때보다 더 깊은 희열을 느낀다.

이처럼 행복했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도로로 걷다가 가끔은 청계천을 따라 걷는다.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내가 숲속 골짜기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물소리를

들으면 걷는다는 것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지

밤이라서 물빛에 인공 조명이 어른거린다.

그것 또한 아름답다.

무엇보다 밥맛이 꿀맛이다. 상추삼 하나에도 한그릇 뚝딱이고

잠도 꿀잠을 잔다는 것이다.

혈액순환이 잘되어 피부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다리건강에 최고다.

퇴행성 관절로 고생하는 나도 그렇지만

다를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단단해진 다리와 무릎을 감싸는 근육을 발달시켜 나도

이제는 뛰어보고 싶다.

그옛날 들로 산으로 뛰놀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일게 해준 한권의 책과

나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하정우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또 그 책을 사게끔 도서상품권을 선물해 준 김종수님께도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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