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난 언제나 사람들에게 말했지.
아들 군대가는데 왜 우냐고? 남들 다 가는 군대를 보내며 우는 아줌마들을 보면
항상 이 말을 날리곤 했지. 참 어리석었다. 그게 막상 내 일이고 보니 뭐라고 얘기해야 될까.
아무튼 묘하더라. 지난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획획 돌아가는게 당황스럽고
막 코끝이 싸해지더라.
가난한 집에 태어나 가난한 집으로 시집온 엄마는 또 가난한 아들을 낳고,
가난한 동생을 낳고, 가난은 줄기차게 따라 다녔다.
예전에는 삼대 부자 없고 삼대 가난 없다는 말이 이제는 현실감 없는말이 된지 오래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부자집에서 용난다는 말로 고쳐야 한다.
그 덕에 너희에게 제대로 된 학원한번 보내지 못하고,남들처럼 뒤바라지를
못한 것이 제일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도 넌 참 효자다.
아버지가 실직을 하자 아버지한테 바가지 긁지 말라며 150만원을 주고 군대가는
네 갸륵한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니? 난 아버지가 외아들로 곱게 자라 너무
여린것 때문에 항상 사는게 힘들었단다.
그래서 너희한테 일부러 잘해 주지 않은 것도 있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는 모를 거다.
입대하는 날 울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단다.
연병장 상수리나무 아래서 동생한테 작별 전화를 하며 뚝뚝 눈물을 흘리던
네 모습은 날 울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툭 하면 눈물이 솟는다.
길을 가다가도 지하철 안에서도 책을 보다가도 툭툭 솟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오늘 네 편지와 함께 옷이 배달되었다.
운동화와 티셔츠, 청바지 네 땀냄새, 고스란히 담겨 왔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부디 큰 사람 되어 오거라.
큰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오려무나.
걸어와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기려무나.
ㅡ사랑하는 엄마가ㅡ
부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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