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은 얼음 아래 땅속에서부터
빈 들, 빈 가지에 천천히 물이 오르는 봄이면 고향에 지천이던 풀꽃들. 길가에 핀 작디작은 풀꽃들이 마음을 끄는 봄이다. 아름다운 생명의 봄, 정부는 변함없이 4대강을 파헤치고 곳곳에 살인마가 날뛰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끊임없이 향기를 품고 피어나는 질긴 풀꽃들의 봄이 저 얼음장 밑에서부터 깨어나고 있다.
글, 사진 / 신경숙 |
|
네모라미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아빠, 학교에서 가족신문을 만들어 오랬어.” 헉! 나는 얼굴이 노래졌다. 어떡하나? 나는 그 당시 큰 아이 학교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었다. 선거에서 의외로 1위를 하여 당당히 당선된 터였다. ‘가족신문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운영위원이면 안 되는데...... .’ 나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얼굴이 다 알려졌다는 게 이런 고통을 줄지 몰랐다.
저녁을 먹고 끙끙대며 누워있는데, 섬광처럼 스쳐가는 아이디어! 네모라미- 큰 아이는 그림을 잘 그렸다. 장래 희망이 만화가였다. 혼자서 만든 만화도 몇 편 되었다. 큰 아이가 그릴 만평이 생각났던 것이다.
나는 큰 아이를 불렀다, “현웅아, 가족신문 만들자.” “응.”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던 큰 아이는 경쾌하게 대답하며 거실로 나왔다.
큰 아이와 함께 만든 가족신문의 만평은 이랬다. 네모난 밥상에 우리 넷(어린이집 다니는 막내 동생 포함)이 둘러앉아 밥 먹는 모습을 그리고 제목을 네모라미라고 붙였다. 그 아래에 이렇게 글을 써 넣었다. ………
글 / 고석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