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인생......위화(余華)

질경이" 2013. 2. 26. 22:29

 

<인생>ㅡ위화

원제....살아간다는 것

1960년생 중국 저장성 황저우

대표작<인생><가랑비 속의 외침><허삼관 매혈기>

 

 

 

 

 

                                인  생

 

 

우리는 흔히 묻는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또는 삶이란 무엇일까?

과연 정답은 있는 것일까.

의문투성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50십이 넘어서 부터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한  인생이란 것에 방점을 찍다가도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고개를 가로젓기도 한다.

 

중섭이네 가게에 놀러 갔다가 책 한권을 빌려왔다.

연선이의 추천도 있었지만 <인생>이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붉은 색의 정열적인 책 표지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1994년에 영화로 만들어져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 작품이다.

 

도입부에서 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어릴 적 보았던 낯설지 않은 농촌풍경 때문이다.

남의 애기하듯 담담하게 말하는  노인의 관조적 삶도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더없이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다.

한가로워 보이는 나른한 농촌의 들판, 늙은 소와 발갈이를 하던 노인은 소에게 여러 이름을 붙여 부른다.

얼시,유칭,자전,평사,쿠건,푸구이,소는 한 마리인데 왜 이름이 이렇게 많냐고 묻자

 

"소가 자기만 밭을 가는 줄 알까 봐 이름을 여러개 불러서 속이는 거지.

다른 소도 밭을 갈고 있는 줄 알면 기분이 좋을테니 밭도 신나게 갈지 않겠소?"

하는 것이다.

 

 

노인의 이름은 푸구이다.

늙은 소에게 자기 이름을 붙여 가족처럼 지낸다.

처음에 불렀던 저 많은 이름들은 나중에 알았지만 노인보다 먼저 죽은 가족들 이름이다.

세상을 통털어 보더라도 이런 인생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주 계급이였던 푸구이의 방탕한 생활로 지주에서 농민으로 몰락하면서 부터 말도 안되는 일들이

그를 삶의 벼랑으로 내몬다.

중국 민족해방운동이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으로 국민들은 전쟁터로 끌려가고 처참한 가난 속에서

푸구이는 운명이라는 것과 처음으로 절실하게 마주한다.

부인의 약을 구하러 성안으로 갔다가  한 무리의 국민당 병사들에게 끌려가 2년동안 죽음보다

더 비참한 군생활을 한다.

소중한 가족들의 어이없는 죽음, 

처음 집안의 전 재산을 노름빚으로 남에게 땅을 내주던 날 아버지가 죽고,

뒤이어 어머니가 죽고, 양을 무척이나 사랑하던 어린아들이 지주 부인에게 수혈을 하다 피를 다 뽑혀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다. 그 후로 딸이 아이를 낳다 죽고, 아내가 죽고, 사위가 죽고

마지막으로 영악하고 똘똘한 손자마져  죽는다.

젊어서 망나니였었지만, 절망과 고통 속에서 운명이란 것과 인생이란 것에 

노인은 지독히도 처연하게 아름다운 인생을 깨닫는다.

 

내가 이 책의 페이지 속으로 빠져든 이유중 하나는 푸구이가 몰락 후 겪게 되는 농촌생활 때문이다.

모든 걸 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낙관적이긴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참 별거 아니네 하고, 슬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웃음까지 자아내는 해학과 풍자가 어우러져 멋진

아우라를 일룬다.

 

 

 

 

 

 

 

 

 

 

 

* 내 인생도 여러번의 위기와 좌절이 있었지만 <인생> 이 책을 읽고는 참 인생,

  별거 아니네~ 까짓것 한 번 해보지 뭐. 살아보지 뭐, 뭐 그런 것이다.

  이것이 푸구이가 내게 준 시너지 효과이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