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로 남는 시 -<시가 내게로 왔다>를 읽고
"시가 내게로 왔다"는 김용택 시인이 평소 즐겨읽고 좋아하던 시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연재했던 글이다. 암울한 한 시대를 살았던 시인에서 부터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서정시와 민중시를 아우르는 시집이다. 시도 시지만 그의 감상글은 또 다른 절창의 시로 다가온다. 글을 읽다가 문득 문득 섬진강이 떠오르는 이유는 그가 섬진강에서 나고 자란
섬진강 시인이기 때문이다.
젊어서 한때는 방황과 혼돈의 날들로 점철되던 시절, 시를 읽고 밑줄을 그어 가며 밤을 새우던 날들이 있었다. "멀리서 느리게 오나,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시란 소설과 달리 손 끝에 두고 오래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누군가 그립고, 세상이 서러울 때마다 詩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처럼, 어느 날 문득 시가 내게로 왔듯이 소설만 읽던 내게 시는 하나의 경이로 다가왔다. 소설만이 문학의 전부인양 알고 살아온 내게 말이다. 시를 모르고 살았더라면 인생이 얼마나 불행했을까. 스무살 무렵 외로운 날, 환한 목소리로 시가 왔다는 시인은 "사랑하고,감동하고, 희구하고,전율한" 시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그 또한 독자로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김수영,김남주,서정주,신경림,박용래의 詩語들이 펄펄 뛰는 은어떼로 파닥인다. 정채봉의 시<엄마>는 먼저가신 세상의 어머니를 생각하게 했고,아직 가보지 못한 운주사를 그리워하게 했다. 박형진의 <입춘단상>을 읽다가는 그가 살고 있는 부안 모항이라는 바닷가를 꿈꾸기도 했다. 박용래의<겨울밤> <月暈>은 농촌의 서정을 어쩜 그리도 잘 그렸을까. 고향 마을 어귀에서 흰 눈을 맞으며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려 보기도 한다.
詩란 이런 것이다.
시인의 마음이 읽혀지고, 세상이 읽혀지고,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고 인생을 사랑하게 만든다.
언젠가. 김용택 시인의 시골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강가에는 시인이 어려서 심었다는 느티나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자라 서 있고,
얕트막한 담장에는 능소화가 휘감기듯 피어 있다. 집 뒤안에는 잉잉거리는 벌들 틈에 시인의 어머니가 얼굴에 망을 쓰고 계셨다. (여가로 벌을 치고 계신듯 했다) 어머니의 당당한 말투와 재미진 말솜씨가 다 詩가 되어 돌아온다. 토스트 예프스키,이어령,박목월전집과 헌책방을 전전하며 혼자서 문학을 공부했다는 시인의 흙집 골방에는 오래된 책들이 가득하다. 책들에게서 풀냄새 가 났다. 금방이라도 책들이 툭툭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걸 것만 같다. "너는 어디서 왔니?"
시인의 고향인 섬진강변에 가서 푸른 산과 강을 둘러보며 그가 시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알았다. 눈만 뜨면 어디에서도 보이는 강과 앞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적막강산, 가난한 농촌생활, 무엇보다 어머니의 정서가 깃들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시를 읽다 보면 못견디게 그리운 것들이 있다. 그럴때 가끔씩 길을 나선다. 시의 배경이 되었거나 시인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 가기도 하는데 (죽은 다음에 생가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시인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거나 삶을 엿보다 보면 짜여진 문학강의를 듣느것 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 땅의 시인들을 사랑한다.
하여, 이 시집을 사랑한다.
오월의 향기가 시의 향기로 오래 남기를 바라며
이 땅의 시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가 내게로 왔다"는 김용택 시인이 평소 즐겨읽고 좋아하던 시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연재했던 글이다. 암울한 한 시대를 살았던 시인에서 부터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서정시와 민중시를 아우르는 시집이다. 시도 시지만 그의 감상글은 또 다른 절창의 시로 다가온다. 글을 읽다가 문득 문득 섬진강이 떠오르는 이유는 그가 섬진강에서 나고 자란
섬진강 시인이기 때문이다.
젊어서 한때는 방황과 혼돈의 날들로 점철되던 시절, 시를 읽고 밑줄을 그어 가며 밤을 새우던 날들이 있었다. "멀리서 느리게 오나,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시란 소설과 달리 손 끝에 두고 오래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누군가 그립고, 세상이 서러울 때마다 詩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처럼, 어느 날 문득 시가 내게로 왔듯이 소설만 읽던 내게 시는 하나의 경이로 다가왔다. 소설만이 문학의 전부인양 알고 살아온 내게 말이다. 시를 모르고 살았더라면 인생이 얼마나 불행했을까. 스무살 무렵 외로운 날, 환한 목소리로 시가 왔다는 시인은 "사랑하고,감동하고, 희구하고,전율한" 시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그 또한 독자로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김수영,김남주,서정주,신경림,박용래의 詩語들이 펄펄 뛰는 은어떼로 파닥인다. 정채봉의 시<엄마>는 먼저가신 세상의 어머니를 생각하게 했고,아직 가보지 못한 운주사를 그리워하게 했다. 박형진의 <입춘단상>을 읽다가는 그가 살고 있는 부안 모항이라는 바닷가를 꿈꾸기도 했다. 박용래의<겨울밤> <月暈>은 농촌의 서정을 어쩜 그리도 잘 그렸을까. 고향 마을 어귀에서 흰 눈을 맞으며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려 보기도 한다.
詩란 이런 것이다.
시인의 마음이 읽혀지고, 세상이 읽혀지고,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고 인생을 사랑하게 만든다.
언젠가. 김용택 시인의 시골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강가에는 시인이 어려서 심었다는 느티나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자라 서 있고,
얕트막한 담장에는 능소화가 휘감기듯 피어 있다. 집 뒤안에는 잉잉거리는 벌들 틈에 시인의 어머니가 얼굴에 망을 쓰고 계셨다. (여가로 벌을 치고 계신듯 했다) 어머니의 당당한 말투와 재미진 말솜씨가 다 詩가 되어 돌아온다. 토스트 예프스키,이어령,박목월전집과 헌책방을 전전하며 혼자서 문학을 공부했다는 시인의 흙집 골방에는 오래된 책들이 가득하다. 책들에게서 풀냄새 가 났다. 금방이라도 책들이 툭툭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걸 것만 같다. "너는 어디서 왔니?"
시인의 고향인 섬진강변에 가서 푸른 산과 강을 둘러보며 그가 시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알았다. 눈만 뜨면 어디에서도 보이는 강과 앞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적막강산, 가난한 농촌생활, 무엇보다 어머니의 정서가 깃들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시를 읽다 보면 못견디게 그리운 것들이 있다. 그럴때 가끔씩 길을 나선다. 시의 배경이 되었거나 시인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 가기도 하는데 (죽은 다음에 생가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시인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거나 삶을 엿보다 보면 짜여진 문학강의를 듣느것 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 땅의 시인들을 사랑한다.
하여, 이 시집을 사랑한다.
오월의 향기가 시의 향기로 오래 남기를 바라며
이 땅의 시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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