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우기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꼼짝 할 수 없는 몸을 공처럼 말고 비오는 광경을 봅니다 비는 창문을 적시고 풍경을 적시고 알 수 없는 적요를 낳습니다 그 마을에도 비가 올까요 나는 불량소녀처럼 프라타너스 길을 질겅질겅 함부로 걷습니다 시가 좋아 2014.08.04
즐거웠던가 슬펐던가 즐거웠던가 슬펐던가 마을 솔숲 신문지 솔가루 담배 그 알싸한 여운도 오빠로 부터 왔다 모든 불온과 모든 즐거움 미꾸라지 같이 달아나기만 하던 요정보다도 말간 순정 알 수 없는 어린 영혼 오빠로부터 왔다 날솔가지 툭툭 분질러 송진과 풋밀을 함께 씹으며 먼 산너머 오솔길 같은 초.. 시가 좋아 2014.04.17
어느 봄날 어느 봄날 ㅡ용비지 꽃방울 톡톡 간지나게 피는 곳이라 했어 뭔가 특별할 것 같은 날이었지 누군가 잘 닦아놓은 거울같은 호수가 끌렸어 마치 요정이 나를 이끌 듯 마을 끝 숲길을 발등 적시며 걸었어 꿈을 꺼내 보이고 싶었던 날이었지 호수 위 호버링 하던 새한마리 눈 깜짝할 사이 사.. 시가 좋아 2013.07.28
추암에서.... 추암에서 겨울비가 내리는 바다를 봅니다 촛대바위 끝에 앉은 바다새처럼 시간은 정지되고 바다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봅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 마음은 점점 바다밑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뒤에 서 있는 연인이 더 다정하듯 그대 온기로 등이 따뜻해진다면 같은 바다를 보기 때문.. 시가 좋아 2013.07.17
백색의 숲에서 백색의 숲 ㅡ너도바람꽃 길 떠나는 날, 눈이 내렸다 길은 숲으로 향해 있고 난 그 길을 걸어 들어 갔다 오래 걸어 숲에 다달았을 때 눈물이 났다. 설령 그대가 거기 기다린다 해도 눈물은 예정된 것이었다 어제 실직을 하고 오늘 길을 떠난다는 일 정신나간 일 아닌가. 설령 그대가 거기 기.. 시가 좋아 2013.03.17
편지 편 지 나는 당신처럼 살고 싶었지요 긴 시간끝에 걸어서 당신께 왔지요 몇 날이 걸렸는지 몰라요 노을 걸러 물들였나요? 무딤이들 붉게 물든 길을 따라 자박자박 걸어 당신께 왔지요 눈이 어둔 깜깜한 사람처럼 왔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먼길을 걸어 온 내맘 상하지 않게 잘 했다고 말해 .. 시가 좋아 2012.12.29
당신을 봅니다. 당신을 봅니다 영화 <아바타>를 보고ㅡ 제이크, 당신을 봅니다 네이티리, 당신을 봅니다 어느날 하늘의 사람들이 숲을 탐하러 오던 날 우리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순수한 대지에 당신이 와서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당신은 욕심꾸러기 나라에서 온 사람 우린 힘없는 꼬리달린 인디언.. 시가 좋아 2012.12.29
2011년 겨울 2011년 겨울 난로를 놓던 날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매캐한 연기에 눈물을 훔치며 70년대를 생각한다 가스비 전기세가 가난한 창문을 두드리며 도둑처럼 넘어올 때 연탄난로를 놓았다 연탄 백장이 현관을 까맣게 채우고 70년대를 생각한다 계란 장사 나간 엄마를 기다리다 연탄불에 국자를 .. 시가 좋아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