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남산에서 많은 날이 지나면 어떤 아픔이라도 아름답지요 불현듯 당신을 만나 예기치 않은 시간 까치발 발돋음으로 커버린 마음 까맣게 타버린 대지 새롭습니다 가슴 깊이 품었던 별은 이미 별똥별이 되었습니다 설레임과 그리움 그것도 안되는 것이라면 안되는 것이지요 집착의 불편함 .. 시가 좋아 2012.10.20
야영을 하다 야영을 하다 시 쓰는 성용이 명희, 소설 쓰는 시규 시골 동무같은 사람들과 폐광같은 계곡에서 야영을 했다 팔부능선 오리나무 숲 폭염을 피해 온 사람들 저녁이 되자 하나 둘씩 빠져 나가고 낮은 포복으로 오던 어둠은 주춤거리며 별을 불러온다 한 개 두 개 별이 박힌다 허연배를 드러.. 시가 좋아 2012.10.19
유배지 유배지 이 푸른 물결 쑥물 든 걸까 서러움으로 돋는 별 무서웠겠지 영월군 남면 마치 섬처럼 떠 있는 열일곱 단종을 보았던 밤마다 오열하는 소리 들었던 관음송은 커다란 어른이 되었다 숲에 들어 하늘은 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유배지라면 푸른 열일곱이 되고 싶다 시가 좋아 2012.08.25
그리움 그리움 견디지 못하는 그리움은 없습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사실 하나만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나요 어쩌나요 비내리는 강가를 서성입니다 아무도 없고 바람마져 잠든 고요 비만 하염없이 내립니다 그리움은 언제나 속절없이 옵니다. 시가 좋아 2012.08.13
이 불편한 숲 이 불편한 숲 노루귀 보러 가자고 나선 화야산 길 남은 잔설 패잔병처럼 어인 일이냐고 안부를 묻는다 마음 속 꽃은 이미 피어 저 혼자 까부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낭떠러지 강길 문득 물길 속 깊이가 궁금하다 노루귀고 뭐고 강물따라 흐르다가 돌아올까 새삼, 그리움이 강물같은 익숙한 .. 시가 좋아 2012.05.03
길을 걷다가 문득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하기를 ㅡ 여행 후.ㅡ ㅡ만항재ㅡ 거기 당신,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흐린 날 운무에 갇혀 있던 만항재 나무 흐드러진 들꽃 같은. ㅡ붕어섬ㅡ 잠시, 고개들어 하늘을 볼 때 어둠을 덮어버린 구름 사연 많은 사람들과 작별의 소주를 마시며 낮게 엎드려 라면을 .. 시가 좋아 2012.04.25
잠실철교 잠실철교 강변역 끝에서 남쪽으로 철길을 건널 수 있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렸다 놀랍게도 길은 강을 가로지르며 나 있었고 사람들이 하나 둘 씩 건너기 시작했다 그리움 하나, 간직하지 못한 채 철렁거림의 긴 여운을 듣는다 저만치 가려던 여름은 마지막 열기를 강물에 쏟아붓고 투신.. 시가 좋아 2012.03.10
황금비늘 황금비늘 금이가기 시작했어요 산과 산 사이 구름바다 순간이었지만 글쎄 붕어 한마리 낮게 꼬리를 흔들며 유영하지 않겠어요 어때요?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한 입 가득 소주를 털어 넣고 떨어지는 물방울 잡으러 산 위로 올라 갔지요 펼쳐진 구름바다 유혹하는데 어찌 넘어가지 않겠어.. 시가 좋아 2011.12.09
이상한 수요일 이상한 수요일 남 상 규 날씨가 흐려 무거워진 하늘이 땅에 내려앉는다 허술한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가까운 장미들의 낯빛은 어둡고 길이 지워진 하늘에서 새들은 입을 꽉 다물고 난다 하늘이 땅에 가까워지는 건 아마도 사랑 때문이리라 너무 달라 위태로운 사랑 속에서 얼굴이.. 시가 좋아 2011.12.01
누이 누이 아가페 누님! 가을이 깊어갑니다 들판의 벼들은 베어졌고 낙옆들은 떨어져 나뭇가지가 겨울채비를 합니다 은행잎 마저 떨어지면 하얀 눈송이 들이 날리겠지요 긴 목도리 휘감고 털모자 깊이 누르고 총총걸음을 걷겠지요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 다시 서고 싶습니다 나의 누.. 시가 좋아 201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