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아침 우울한 아침 우울한 아침이다 최진실이 죽었단다 소름이 돋았다 연속극을 보다가 푸른 자맥질 같은 속보에 물수제비를 뜨듯 퐁퐁퐁 파문이 인다 보름전쯤 안재환의 죽음이 세상을 깜깜하게 하더니 죽음도 전이 되는가. 두 아이의 그렁한 눈망울과 까만 머리가 떠오른다 저 어린 것들 어찌 두고 눈을 .. 시가 좋아 2008.10.02
편지 편 지 ㅡ아들에게ㅡ 보내준 편지 잘 받았다 추석에는 할아버지 산소에 갔었다 말끔한 벌초 자리가 꼭 네 머리 같구나 계절이 이른 탓인지 산소 뒷편에 함초롬하던 구절초가 올해는 피지 않고 봉우리만 맺힌게 푸른 제복의 초년병 같구나 유격 훈련은 어찌 잘 마쳤는지. 내일 모레가 할아버지 제일(祭.. 시가 좋아 2008.09.28
오십대 오 십 대 ㅡ해화형께ㅡ 1999년 이른 봄이였어요. 섬진강변에서 처음 형을 보았지요. 문인들 앞에 잔뜩 주눅들어 막 눈뜨기 시작한 문학은 살아온 날들보다 경이롭고 새로움이었어요. 그때, 마흔한살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청춘이지요. 나이 먹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오십도 아름답.. 시가 좋아 2008.05.12
그리움..... <벗이 보내준 복수초> 그 리 움 감잎, 그 연두빛이 피어날때면 난 네가 그립다 세상 그리운 것들 다 거기 연두빛으로 물들어 있다 시가 좋아 2008.03.26
낙엽에 대하여... 낙엽에 대하여 아침, 첫 손님을 기다리며 오전 햇살이 비추는 창밖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본다 이리저리 뒹구는 플라타너스 잎이 바람에 몰려 가고 몰려 오다가 딱, 하고 멈추더니 결국 문 입구로만 쌓여간다 문 앞으로만 수북하게 모여드는 까닭은 분명, 저것들도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거.. 시가 좋아 2008.01.18
오래된 것이 편하다 <변산바람꽃> 오래된 것이 편하다 생일이라고 남편이 중고 책상을 선물했다 의자는 독일산이라 좋은 거라고... 앉은뱅이 밥상에서 글을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진작부터 재활용센타에서 눈여겨 둔 것이라고 했다 빨간색 의자가 눈길을 끌었다 시도 쓰고 책도 읽으라며 설거지를 마치기도 전에 .. 시가 좋아 2007.12.26
별을 만드는 청거북이 별을 만드는 청거북이 삼층짜리 공장 구석진 다락방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등이 굽은 청거북이 같은 사내 앉은뱅이 책상에 웅크리고 별을 만든다 뒤에서 보면 목만 빼고 있는 거북이 같아 툭 건드리면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차마 말 걸지 못하고 메모지만 달랑 남긴다 주문서에 코 박고 두 눈 깜빡이다 .. 시가 좋아 2007.11.14
사람으로 부터 멀어지기 사람으로 부터 멀어지기 사람들로 부터 멀어지기 위해 비밀을 만들었다 언제부터가 생겨난 비밀로 인해 사람들로 부터 질타와 오해 구설수로 부터 자유로운 내 인생이 조금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각나기 시작한 세월 점점 더 커질 때까지 밀고 나가리라 그래, 어디가 끝인지 끝은 있는 것인지 한번 .. 시가 좋아 2007.10.19
시 몇편... 시 어머니 음식 쓰레기가 넘쳐 흘렀다 추석지나 열흘이 지났는데도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는 악취를 풍겼다 동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악취를 걷둬가라 했지만 내 집에서 나는 악취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침, 어머님이 그냥 지나치는 청소차를 보았다 호랑이처럼 날쌔게 칼루이스처.. 시가 좋아 2007.10.05
꽃시인 꽃 시인 내가 복권이라도 당첨되면 농담처럼 사주마 했던 모후산 중턱 버려진 폐가 생강나무 노란빛이 햇살에 부서지던 그 집을 갖고 싶다던 가난한 꽃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광주에서 여수로 떠난지 한 달 몇 달째 공치다 일한 지 한 달만에 지리산에 올랐다는 시인이 원추리 꽃 지고 .. 시가 좋아 2007.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