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랑 보이지 않는 사랑 눈에 보이는 것만 사랑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고즈넉한 가을, 저무는 바닷가에서 하루종일 대지를 달구던 태양도 사랑에 겨워 제 보습 감추는 것도 다 사랑임을 알았을 때 드러나는 것 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봄 내 제살깎아 초록향기 피워 올렸던 나무도 .. 시가 좋아 2009.03.25
꽃에 미친 나, 꽃에 미친 수요일 나를 세우고 나를 지탱해주는 것들 한 송이 꽃에 감사하라. 복수초 앞에 무릎 꿇고 3월의 바람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가고 봄띠 두른 나뭇가지는 사랑이 곁에 와 있다고 귀엣말로 속삭였다 별이 된 사람 꽃등 밝혀 무릎 꿇고 발등에 입맞추며 꽃이라 불러 주던 사람 화르르 불길 타는 꽃산 노란 .. 그 날 그 꽃자리 2009.03.25
민들레문학상 그 날 밭으로 나간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햇살이 곱게 꽃가루처럼 날리던 날 고추밭을 꽃밭 가꾸듯 마음을 다 주고 나무마다 간짓대 세워 하늘정원 만들더니 가르마길 따라 홀로 들어가신 후 가지마다 하얀 조등으로 내걸렸다 모시적삼 검정치마 손수 만들어 내게 입혀주던 할머니는 거짓.. 시가 좋아 2009.03.04
리얼리스트100 1주년 정기총회ㅡ 작년 9월에 출발한 작가들의 모임인 리얼리스트100 1주년 정기 총회에 다녀왔다. 날은 추웠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이 오지 않았다. 순천에서 오신 해화형과는 아야기를 몇 마디 못 나눠 아쉬웠다. 영원한 동지인 김인호, 임성용, 이명희, 이준님, 이중섭, 최용탁, 김목수(우희), 오.. 문학 2008.12.03
[스크랩] 노순택 사진작가의 강의를 듣고(후기) 올 봄에 군대간 아들이 카메라를 사주고 갔다. 그동안 알바를 해서 모은 거금을 들여 사주었다. 남편도 조금 보태긴 했지만. 그것이 니콘 Dㅡ80 이다. 카메라 조작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폼만 그럴듯하게 봄부터 여름까지 쉬는 날이면 산으로 야생화를 찍으러 다녔다. 오늘도 .. 작은 이야기 2008.10.30
[스크랩] 저물어 가는 봄날, 홀로 길을 떠나다. 저물어 가는 봄 날, 홀로 길을 떠나다 봄날이 저문다. 여름으로 가는 나른한 토요일 오후. 새롭게 단장한 용산역 플랫홈은 지붕 유리에 반사되는 빛으로 투명하다. 많은 여행객들 사이 광장 한 복판에 서 있는 나는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오래 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 주는 신선함과 고.. 산문 2008.10.26
편지 재윤에게 장독대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아파트 마당, 산딸나무에서 매미소리 요란한 날이다. 한 여름의 중심에서 무척이나 힘들고 외롭겠지만 굿꿋하게 버티며, 시간을 네 것으로 만들기 바란다. 책을 보내려고 아무리 뒤져봐도 네가 볼만한 책은 눈에 띄지 않는구나 <배려>를.. 가족 2008.10.12
우울한 아침 우울한 아침 우울한 아침이다 최진실이 죽었단다 소름이 돋았다 연속극을 보다가 푸른 자맥질 같은 속보에 물수제비를 뜨듯 퐁퐁퐁 파문이 인다 보름전쯤 안재환의 죽음이 세상을 깜깜하게 하더니 죽음도 전이 되는가. 두 아이의 그렁한 눈망울과 까만 머리가 떠오른다 저 어린 것들 어찌 두고 눈을 .. 시가 좋아 2008.10.02
편지 편 지 ㅡ아들에게ㅡ 보내준 편지 잘 받았다 추석에는 할아버지 산소에 갔었다 말끔한 벌초 자리가 꼭 네 머리 같구나 계절이 이른 탓인지 산소 뒷편에 함초롬하던 구절초가 올해는 피지 않고 봉우리만 맺힌게 푸른 제복의 초년병 같구나 유격 훈련은 어찌 잘 마쳤는지. 내일 모레가 할아버지 제일(祭.. 시가 좋아 2008.09.28